살림·정리수납·맞춤법 같은 생활 노하우부터 여행지·여행코스·맛집·등산·캠핑 등 여행·레저, 그리고 계절의 순간을 담은 일상 에세이까지. 일상을 더 편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생활·문화·여행 이야기를 폭넓게 담습니다.
십일월 첫 주, 퇴근해 현관문을 열었더니 거실 공기가 어제와 달랐습니다. 보일러를 켜기엔 아직 이르다 싶어 양말만 한 겹 더 신었지만, 발목으로 스며드는 찬 기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지요. 이럴 때 많은 분들이 곧장 보일러 온도를 올립니다. 그런데 난방비가 새는 곳은 대개 보일러가 아니라 창문과 문틈입니다.

회의 끝에 메신저로 "그렇게 하면 안돼요"라고 보내려다가 손가락이 멈춘 적 있으신가요? 띄어 써야 하나, '돼'가 맞나 '되'가 맞나. 결국 문장을 통째로 지우고 다른 말로 돌려 쓴 경험, 한두 번은 있을 겁니다. 맞춤법은 외우기보다 헷갈릴 때 꺼내 쓰는 작은 판별법 몇 개만 있으면 훨씬 가벼워집니다.

토요일 아침, 단풍 소식에 마음이 들떠 새벽같이 출발했던 적이 있나요? 막상 도착해 보니 주차장 진입에만 두 시간, 정작 나뭇잎은 아직 초록이었다는 이야기는 가을마다 되풀이됩니다. 단풍 여행의 성패는 '어디로 가느냐'보다 '언제, 어떤 순서로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볼이 아침에 세수를 하고 나니 땅기기 시작합니다. 화장솜에 로션을 듬뿍 묻혀 발라도 오후 세 시면 다시 푸석해지는 느낌. 10월 중순, 많은 분이 이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피부가 갑자기 까다로워진 게 아니라, 계절이 바뀌며 피부가 놓인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가을 피부가 갑자기 건조해지는 이유 여름 내내 습도가 높았던 공기가 가을이...

어제 저녁,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안쪽 깊숙한 곳에서 언제 샀는지 기억나지 않는 소스병이 나왔고, 채소칸에는 물러버린 대파가 비닐에 싸여 있었습니다. 분명 장은 꼭 필요한 만큼만 봤는데, 왜 매번 버리는 음식이 생길까요. 문제는 '양'이 아니라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냉장고는 칸마다 온도가 다릅니다 냉장고 안은 어디나 같은...

지난 일요일 저녁, 서점에서 산 소설책을 펼쳐 놓고 세 쪽째에서 휴대폰을 집어 든 적이 있으신가요? 책은 침대 맡에 두 달째 그대로, 책갈피는 여전히 36쪽에 꽂혀 있습니다. 한때는 책 읽는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사실 이건 의지가 약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 책 읽기가 어려워진 건 방법이 아니라 환경과 기대치 때문인 ...

저녁 여섯 시, 밥상을 다 차려놓았는데 아이는 태블릿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그만 보라"는 말을 세 번쯤 반복하고 나서야 아이는 마지못해 화면을 끄고, 그 사이 밥은 식어 있습니다. 이런 풍경은 한 집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집 안 어디에나 있는 지금, ==스크린타임을 둘러싼 실랑이==는 많은 가정의 저녁 풍경이 되었습니다. 문...

금요일 오후 네 시. 보내야 할 메일 하나를 열어두고 커서만 깜빡이게 둔 적이 있을 겁니다. 내용은 머릿속에 다 있는데,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만 열 번쯤 지웠다 썼다 합니다. 그러다 결국 길게 써서 보내고, 다음 날 돌아오는 답장은 이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업무 메일이 어려운 건 글솜씨가...

청첩장을 받은 날 저녁, 지갑을 열어보고 한참을 망설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한 사무실에서 3년을 같이 일했지만 사적인 대화는 거의 없었던 동료. 5만 원은 서운할 것 같고, 10만 원은 부담스럽고, 7만 원은 어쩐지 어중간해 보이고. 결국 결혼식 당일 아침 은행 ATM 앞에서 결정을 미루다가, 봉투에 이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도 몰라 접수대 앞에서...

현관문이 열리고, 반가운 얼굴이 들어온다. 웃으며 일어나 인사를 하려는데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이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남편의 형이니까 형님인가, 아주버님인가. 아내의 언니는 처형이었던 것 같은데 그 남편은 또 뭐라고 불러야 하나. 결국 애매하게 "안녕하세요"만 흘리고 돌아서는 순간,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말문이 막힌 건 반가움이 없어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