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디자이너 지은 씨는 로고 작업 견적으로 30만 원을 불렀습니다. 작업 시간은 이틀, 하루 8시간이니 시급으로 치면 약 1만 9천 원이었죠. 나쁘지 않아 보였지만, 석 달 뒤 통장 내역을 정리하다가 표정이 굳었습니다. 미팅·수정·견적서 작성·입금 확인까지 합치면 실제로 들어간 시간은 스물여섯 시간이었고, 거기서 세금과 소프트웨어 구독료를 빼니 손에 남은 돈은 시급 1만 원 언저리였습니다.

프리랜서와 1인 사업자가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내 시간 = 작업 시간"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단가를 감으로 정하지 않고, 숫자로 계산해 보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작업 시간은 일한 시간의 절반이다

고객 한 명을 받으면 눈에 보이는 작업 외에도 시간이 듭니다. 문의 응대, 견적서 작성, 자료 주고받기, 수정 요청 대응, 납품 후 사후 문의, 입금 확인까지요. 이런 시간은 청구서에 적히지 않지만 분명히 내 하루에서 빠져나갑니다.

경험적으로 많은 1인 사업자가 하루 8시간을 일해도 실제로 돈이 되는 작업 시간은 4~5시간에 그친다고 말합니다. 나머지는 영업, 관리, 정리, 공부에 쓰입니다. 그래서 단가를 계산할 때는 "청구 가능 시간"이라는 개념을 따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 8시간 근무가 곧 8시간 매출은 아니다. 청구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부터 세어 보자.

먼저 '내가 한 달에 가져가야 할 돈'을 정한다

단가 계산은 거꾸로 시작합니다. 한 달에 손에 쥐고 싶은 금액에서 출발해 필요한 매출을 역산하는 방식입니다. 예시를 가상의 숫자로 들어 보겠습니다.

항목월 금액(예시)
생활비 등 가져가고 싶은 순수입300만 원
세금·건강보험료 적립(대략 15~20%)약 60만 원
장비·소프트웨어·교통·통신 등 경비약 30만 원
쉬는 달을 대비한 비상금 적립약 30만 원
필요 매출 합계약 420만 원

세금과 건강보험료의 실제 비율은 소득 규모와 가입 형태에 따라 크게 다르므로 위 비율은 어림값일 뿐입니다. 중요한 건 "300만 원을 벌고 싶다"가 아니라 "420만 원어치를 팔아야 300만 원이 남는다"는 시각입니다.

청구 가능 시간으로 시급을 만든다

필요 매출이 정해졌다면 한 달에 청구할 수 있는 시간을 세어 봅니다. 한 달 근무일을 20일로 보고 하루 청구 가능 시간을 4.5시간으로 잡으면 월 90시간입니다. 휴가와 병가, 일이 비는 주까지 고려해 80시간 정도로 보수적으로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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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만 원을 80시간으로 나누면 시급은 약 5만 2천 원입니다. 지은 씨가 부른 1만 9천 원의 두 배를 훌쩍 넘습니다. 처음에는 이 숫자가 시장 가격보다 높아 보여서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최소선"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세요. 시장 가격이 이보다 낮다면 단가를 깎을 게 아니라 일의 종류나 고객층을 바꿔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3.3%를 떼고 받는다는 것의 의미

프리랜서 대금은 보통 소득세 3%와 지방소득세 0.3%를 합친 3.3%를 먼저 떼고 입금됩니다. 이것은 세금을 최종 납부한 것이 아니라 미리 낸 선납분이며,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실제 소득과 경비를 반영해 정산합니다. 그 결과 돌려받을 수도, 더 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견적서를 쓸 때 "세후 100만 원을 받고 싶다"면 3.3%를 감안해 청구 금액을 잡아야 하고, 입금 때 떼인 금액이 곧 세금의 전부라고 생각해 모두 써 버리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5월 정산에서 추가 납부가 나올 가능성을 대비해, 입금될 때마다 일정 비율을 따로 모아 두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구체적인 신고 방법과 경비율은 국세청 홈택스 안내나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하세요.

견적서에 범위와 수정 횟수를 적는다

단가가 올바르게 계산되어도, 범위가 모호하면 무너집니다. "로고 제작 30만 원"이라고만 쓰면 수정 열 번도 같은 가격이 됩니다. 아래처럼 범위를 문장으로 적어 두면 분쟁이 줄어듭니다.

- 시안 2안 제공, 선택안 기준 수정 2회 포함
- 추가 수정은 회당 5만 원 (또는 시간당 5만 원)
- 작업 착수 전 50% 선입금, 납품 후 7일 이내 잔금
- 자료는 착수일까지 전달 (지연 시 일정 순연)

선입금 비율, 수정 횟수, 일정 지연 조건을 서면으로 남기는 것은 상대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서로의 기대를 맞추기 위한 도구입니다. 이런 조건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이라면, 나중에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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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를 올리는 타이밍

가격은 한 번 정하면 끝이 아닙니다. 일정이 두세 달 앞까지 차 있거나, 새 문의의 절반 이상이 아무 협상 없이 수락된다면 가격이 낮다는 신호입니다. 이때 신규 고객부터 10~20% 올려 보세요. 기존 고객에게는 다음 계약 갱신 시점에 한 달 전 공지로 적용하면 부담이 덜합니다.

반대로 아무도 가격에 이의를 달지 않는 상태가 계속된다면, 그건 좋은 소식이 아니라 "더 받아도 된다"는 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정리하며

단가는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계산의 문제입니다. 가져가고 싶은 순수입에서 출발해 세금·경비·비상금을 더하고, 청구 가능 시간으로 나누어 시급을 만든 뒤, 3.3% 선납과 5월 정산을 염두에 두고 견적서에 범위를 명확히 적는 것. 이 네 단계만 지켜도 "열심히 일했는데 남는 게 없다"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처음 계산해 본 숫자가 낯설게 높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그 숫자는 당신의 시간이 실제로 얼마인지를 알려 주는 첫 번째 기록입니다. 오늘 저녁, 지난달 작업 하나의 실제 소요 시간부터 한번 세어 보시길 권합니다.

※ 작성 시점 기준의 일반 정보이며, 세금·보험료는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국세청·세무사 등 전문가 확인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