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 통장에 들어온 숫자를 보고 한숨부터 나온 적 있으신가요. 적금을 넣고는 있는데, 이 돈이 두 배가 되려면 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건지 막연합니다. 계산기를 두드리자니 복리 공식이 생각나지 않고, 은행 앱의 예상 만기 수령액을 봐도 체감이 잘 안 됩니다. 사실 계산기 없이도, 머릿속에서 3초면 답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72의 법칙입니다...

이사한 집 첫 아침, 계란프라이 하나가 팬에 눌어붙어 뒤집개로 긁다가 결국 스크램블이 됐다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흔합니다. 팬을 새로 샀는데도 그렇습니다. 문제는 대개 팬의 등급이 아니라 내가 쓰는 방식과 팬의 성격이 안 맞았다는 것입니다. 프라이팬은 가격표보다 성격 차이가 큰 물건입니다. 같은 3만 원짜리라도 코팅팬과 스테인리스팬은 아예 다른 도구이고, 요...

청첩장을 받은 날 저녁, 지갑을 열어보고 한참을 망설였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한 사무실에서 3년을 같이 일했지만 사적인 대화는 거의 없었던 동료. 5만 원은 서운할 것 같고, 10만 원은 부담스럽고, 7만 원은 어쩐지 어중간해 보이고. 결국 결혼식 당일 아침 은행 ATM 앞에서 결정을 미루다가, 봉투에 이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도 몰라 접수대 앞에서...

회사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든 마흔두 살 김 과장은 한참을 들여다보다 그냥 서랍에 넣었습니다. 혈압도 정상, 콜레스테롤도 그럭저럭. 다만 공복혈당 옆에 108이라는 숫자가 있었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경계'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픈 데가 없으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3년 뒤 같은 항목은 131이 되어 있었고, 그제야 의사에게 "당뇨입니다"라는 ...

9월의 아침 공기가 서늘해지면, 어르신들은 보일러 밸브부터 확인하십니다. 작년 겨울 청구서가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12월 내내 거실 한 칸만 데우고 나머지 방문을 닫아두었다고 하셨습니다. 추워서가 아니라, 요금이 무서워서였다고요. 그런데 그 겨울, 그분이 받을 수 있었던 지원이 있었습니다. 신청서 한 장이면 됐던 일인데, ==신청 기간을...

카드 한도를 올리려고 은행 앱을 열었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분명 토스에서는 820점이었는데, 은행 앱에서는 760점이라고 뜹니다. 같은 사람인데 점수가 60점이나 차이가 납니다. 혹시 어디서 연체를 했나, 순간 등에 땀이 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점수 모두 정상입니다. 한국에는 신용점수를 매기는 회사가 둘 있고, 각자 채점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

주말 저녁, 큰맘 먹고 들인 4K TV 앞에 앉았습니다. 영화관에서 봤을 땐 밤거리의 네온이 살아 있었는데, 거실 TV로 보니 어쩐지 화면이 뿌옇고 어두운 장면은 그냥 까맣습니다. 옆에서 아이가 태블릿으로 보는 같은 예고편이 오히려 더 쨍해 보입니다. 기계가 잘못된 걸까요, 내 눈이 이상한 걸까요. 대개는 둘 다 아닙니다. 화질은 TV 한 대가 아니라 '사...

9월 중순의 캠핑장은 낮과 밤의 얼굴이 완전히 다릅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반팔이 편한데, 자정을 넘기면 기온이 훅 떨어지죠. 지난주 강원도 산간으로 첫 가을 캠핑을 다녀온 지인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분명 '3계절용'이라고 적힌 침낭을 샀는데, 새벽 세 시에 발끝이 시려서 깼다"고요. 이런 경험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원인은 ...

현관문이 열리고, 반가운 얼굴이 들어온다. 웃으며 일어나 인사를 하려는데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이 사람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남편의 형이니까 형님인가, 아주버님인가. 아내의 언니는 처형이었던 것 같은데 그 남편은 또 뭐라고 불러야 하나. 결국 애매하게 "안녕하세요"만 흘리고 돌아서는 순간,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말문이 막힌 건 반가움이 없어서가...

태풍 예보가 뜨면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고, 화분을 들여놓고, 배수구를 한 번 훑는다. 거기까지는 다들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물이 빠지고 난 뒤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반지하에 사는 한 분은 물이 무릎까지 찼던 날, 사흘을 꼬박 퍼내고 말리고 버렸다고 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민센터에 갔더니 "신고 기한이 지났다"는 ...
